앙꼬없는 찐빵’이란 말도 있긴 하지만 ‘날개 없는 선풍기’란 게 말이나 되는가? 그런데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정말 그런 선풍기를 선보이며 지금 세계를 충격에 빠트리고 있다. 뻥 뚫린 고리모양 그 아래에 원기둥 모양의 몸체가 세워져 있다. 이게 전부다. 그런데 이 만들다 만 듯한 모양의 기구, 텅 빈 동그라미 안에서 마치 마술처럼 바람이 나온다고 한다. 그것도 기존의 선풍기보다 15배나 센 바람이. 아무리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는 하지만 쉽게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원리는 이렇다. 반지 같이 생긴 동그란 몸통의 폭을 잘라보면 단면이 비행기 날개의 단면과 같은 모양이다. 그래서 이 동그란 몸통의 뒤쪽에서 앞쪽으로 바람을 불어주게 되면 마치 비행기가 공기 중을 날아가는 것과 같은 형태의 기류가 형성되는데, 공기의 흐름이 빠를수록 주변에 있는 공기들도 덩달아 빠른 기류에 합류하여 많은 바람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비어있는 둥근 몸통으로 마치 마술처럼, 많은 양의 공기들이 시원하게 흐르게 되는 것이다. 원리야 어찌되었든 텅 빈 원에서부터 막대한 양의 바람이 나온다는 것은 정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디자인에서 기술이 갖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많은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을 디자인의 발전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디자인 종사자들이 기술의 변화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에 기술이 더해진다고 그냥 디자인이 발전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음식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가에 따라 천하일미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디자인에서 정작 고민하고 신경을 써야 할 것은 기술의 발전을 어떻게 디자인에 안착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제임스 다이슨은 디자인에 기술을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디자이너다.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가치중립적인 기술을, 그는 디자인을 살아 숨쉬게 만드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그의 디자인은 기술적 성취에서 그치지 않고 예술적 성취에까지 치닫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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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다이슨. 영국의 왕립 미술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였으며, 이 선풍기를 만드는 다이슨사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엔지니어링을 산업 디자인에 독특하게 적용하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바로 먼지 봉투가 없는 청소기였다. 이 청소기를 개발함으로써 그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으며, 엄청난 부를 획득할 수 있었고, 유럽에서도 최고의 매출과 인지도를 자랑하는 가전제품 메이커를 소유하고 있는 CEO도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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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제임스 다이슨의 고생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요즘이야 이런 청소기가 흔하지만 제임스 다이슨이 이 청소기를 내놓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과 미국의 사람들은 거의 100여 년 동안 청소기에 먼지 봉투를 달고 사용했었다. 그가 먼지 없는 청소기를 생각하게 된 것은 산 지 얼마 안 되는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하다가 자꾸 흡입력이 약해지는 것을 보면서부터. 그의 회고에 따르면 구입한 지 얼마 안 되는 새 청소기인데도 흡입구가 먼지에 막혀 흡입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100년 동안 대기업 제품에 속아왔던 것에 크게 격분했다고 한다. 먼지 봉투를 써야 계속해서 먼지 봉투를 판매할 수 있으니, 대기업이 앞장서서 굴러 들어오는 수익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라는 그의 아이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고, 여기에 오기가 생긴 제임스 다이슨은 자기 손으로 청소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먼지 봉투의 입구가 막히는 문제는 원심분리기로 공기를 빠른 속도로 회전시켜 톱밥을 걸러내는 목공소 공기 정화기의 원리로 해결하게 되었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1979년부터 5년간 무려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제임스 다이슨은 원심분리기를 장착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한다. 원래의 계획은 여기서 끝을 내는 것이었다. 제품 판권을 대형 청소기 업체에 넘긴 뒤 자신은 디자이너로서 조용히 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지 봉투 판매만으로도 상당한 수입을 올리던 청소기 업체들은 모두 이 청소기를 외면한다. 그뿐 아니라 1987년, 암웨이社는 다이슨에서 만든 사이클론 청소기와 흡사한 청소기를 팔기 시작한다. 시제품 제작에 전재산을 쏟아 부은 탓에 제임스 다이슨이 파산 직전에 이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일본의 기업과 라이선스 협약을 맺게 되어 위기를 벗어나는데, 이때부터 제임스 다이슨은 자신이 직접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1993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지금의 다이슨을 만든다. 그리고 다이슨이 내놓은 첫 제품인 다이슨 청소기는 18개월 만에 영국 내 판매 1위 청소기가 된다. 2005년 조사에 따르면 영국 가정의 3분의 1이 이 청소기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 결과적으로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도 받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가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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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통해 제임스 다이슨은 기술의 창의적 적용이야말로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란 것을 알고 기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이슨 본사 직원의 3분의 1은 엔지니어이며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 다이슨사가 소유한 특허만 1300개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선풍기나 청소기처럼 기술을 적용하여 디자인을 예술의 수준으로 승화시키는 지혜는 여전히 잃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압의 15만 배에 이르는 힘으로 공기를 회전시켜 청소기에서 나오는 공기가 일반 가정의 공기보다도 깨끗한 진공청소기를 개발하는가 하면, 시속 640㎞의 공기를 분사해서 이름 그대로 공기가 칼날처럼 손의 물기를 순식간에 ‘긁어내는’ 손 건조기도 개발했다. 전력 사용은 기존 제품의 1/4 수준이면서 속도는 2배 이상 빠르게 내는 제품이라니 그의 실용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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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다이슨은 요즘 영국에서 ‘5억파운드의 사나이’로 통한다고 한다. 이렇듯 기발하면서도 우아한 제품들을 만들어 내니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 다이슨은 요즘 산업계가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내기보다 단순히 주가부양을 위해 제품을 찍어내는 곳이 되었다고 비판하면서 잘나가는 기업주답지 않은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다이슨의 제품들은 모두 기술을 인간적으로 활용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하고 완성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날개 없는 선풍기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선풍기에 손가락을 다치기 쉽다는 불만이 동력이 되어, 수차례의 도전 끝에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다이슨은 성공만을 위한 발걸음 보다는 디자인과 기술의 정도를 걷는 것이 더 안정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교훈을 몸소 실현하고 있다. 몇 년을 두고 한 번씩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제임스 다이슨이 날개 없는 선풍기 이후로 또 어떤 사고를 칠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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